본편 12

본편로그(앞부분) 2015. 7. 12. 16:45





"이 동화로는 거기까지 설명 못 해요."

<고양이 한스 씨 "이야기">




카를은 로자와 카를 씨의 설명을 듣고 나자 살짝 속은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어차피 "영혼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거면 처음부터 전제를 그렇게 할 것이지, 실컷 머리 쓰게 해놓고서 그렇게 일축하다니 허탈하게 말이에요. 카를이 비록 "영혼은 중요하다", "영혼이 육체를 떠나면 살아있을 수 없다"라고 말하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회에서 통용되는 영혼의 의미에 맞추어서 대답했던 것 뿐이에요. 하지만 가만히 되짚어 보면 두 사람은 일관되게 비유의 영역에만 영혼이라는 표현을 한정하고 있었으니, 어쩌면 질문을 던진 카를의 수준에 맞추어서 설명을 해주려던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지요.

"설명을 계속하기 전에 한 가지 확실히 해둬야겠어. 자네들 혹시 영혼이 실존한다고 믿고 있지는 않겠지?"

"아뇨"

"아뇨."

"그렇다면 이야기가 쉬워지는군."

프레드가 지원자모집요강에서 종교여부를 묻는 걸 깜빡했다고 한 게 문득 기억나서 말야. 진담인지 농담인지 모를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면서 카를 씨는 어디까지 얘기했었냐고 로자에게 물어봤어요. 로자는 카를의 두 번째 질문에 답하던 참이라고 대답해 줬어요.

"두 번째 질문?"

"어째서 '일'이 영혼만큼 중요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요."

"아, 그래. 거기까지 왔었지. 자네들도 아마 동의하겠지만, 영혼은 실체로서 존재하지 않으니 카를의 질문에서도 영혼이라는 표현은 빼도록 하겠네. 어째서 '일'이 그렇게 중요한가? 그걸 설명해 주면 되겠어. 그건 그렇고 로자, 두 번째 질문이라고 했는데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선 대답했었던가?"

"아직요. 수업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두 번째 질문으로 이어졌을 뿐이에요. 첫 번째 질문은 '추상적인 개념인 일이 어떻게 물건에 담길 수 있는가'였어요. 이걸 먼저 설명하는 편이 수정된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의 이해를 돕기에도 나을 것 같아요."

난 내가 무슨 질문을 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데, 로자는 정말 똑똑하구나... 카를 씨의 질문에 꼭 준비라도 했던 것처럼 척척 대답하는 로자의 모습에 카를은 감탄했어요. 그러고 보니 로자는 카를이나 에데에 비해 많이 어린데, 지금까지 한 번도 동생을 대한다는 느낌을 준 적이 없었지요.

"그래, 네 말대로 첫 번째 질문이 좀더 근본적인 질문이 되겠구나. 카를, 에두아르트. 일, 즉 노동이 어째서 그렇게 중요한지에 대해서 설명하기 전에, 노동이 물건에 담긴다는 개념에 대해 설명해 주겠네."

카를도 에데도, 이 부분이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터라 카를 씨의 말에 자세를 고쳐 앉았어요.

"카를, 노동이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냐는 자네의 표현은 아주 정확하지는 않지만 정답에 대단히 가까웠어. 노동에는 구체적인 측면과 추상적인 측면이 모두 있지만, 우리가 여기서 문제로 삼는 것은 추상적인 노동이거든. 물론 자네가 생각했던 추상성과는 조금 의미가 다를 것 같지만 말이야."

이 시점에서 벌써 포기하고 싶어졌지만, 카를은 멀어지려는 의식을 다잡고 귀를 기울였어요.

"노동은 영혼과 달리 현실세계에 분명히 존재하고, 우리가 일꾼들이 일하는 모습을 두 눈으로 직접 볼 수도 있지. 하지만 일꾼들의 일이 끝나면 노동이 존재했다는 흔적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자네가 말한 뜻에서 추상적인 개념처럼 여겨지는 거라네. 하지만 정말로 노동의 흔적이 안 남았을까?"

"누군가가 사진으로 찍어놨다면 남았겠지요."

"그림으로 그려놔도...잠깐 에데, 그런 얘기가 아닌 것 같아."

카를이 무릎을 탁 치며 에데의 말꼬리를 끊고 끼어들었어요. 사실 진짜로 치지는 않았고, 마음속으로만 쳤지요.

"장난감! 장난감에 노동의 흔적이 남아있어요. 로자가 말했듯이..."

"그래, 맞아. 하지만 노동이 장난감, 즉 생산물에 미친 영향은 단순히 흔적을 남기는 수준의 단편적인 것이 아니라네. 장난감의 원료인 주석은 노동에 의해 장난감의 형태가 되면서 본래는 가지고 있지 않았던 성질을 획득했지.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온 걸세. 그 성질은 가치라고 해. 카를과 에두아르트, 장난감의 가치가 뭐라고 생각하나?"

"장난감의 가격 말씀이신가요?"

"가지고 놀면 즐거움을 가져다 주지요."

거의 동시에 두 사람이 대답하자, 카를 씨가 재미있다는 듯이 입꼬리를 올렸어요. 카를은 어느새 카를 씨의 웃는 표정이 비웃는 표정인지 아닌지 알아맞추는데 흥미를 느끼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어요.

"자네들은 두 사람이 합쳐져 한 사람 몫을 하는 모양이야! 그런 사람들을 몇몇 알고 있지. 에두아르트, 자네가 대답한 건 장난감의 사용가치일세. 장난감을 사용함으로써 사람이 실제로 얻을 수 있는 이익, 인간의 필요를 채워주는 물건의 성질."

"그리고 카를이 대답한 건 장난감의 교환가치일세. 시장에서 장난감이 다른 물건과 교환될 때, 그 다른 물건의 양으로만 설명될 수 있는 것. 조금 더 우리에게 익숙한 형태로 설명한다면, 시장에 장난감을 내놨을 때 장난감에게 지불되는 화폐의 크기. 그것이 교환가치. 하지만 사실 이건 장난감의 진짜 가치가 아니지."

카를은 카를 씨의 말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틀린 답을 말한 것 같다는 느낌은 확실히 들었어요. 이제 자기가 틀린 답을 말했다는 것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문제는 왜 틀렸는지 이해하기조차 어렵다는 거였지요.

"음, 생각해 보니까 그렇군요. 장난감의 가격보다 그게 얼마나 유용한지가 더 중요하지요...그런데 사용가치가 뭔지는 알겠지만 교환가치의 설명이 잘..."

"너무 앞서 나가지 마, 카를."

카를 씨가 카를의 말을 끊었어요.

"자네 단계에서 인도자의 도움 없이 멋대로 달려나가다간 진창에 발이 빠져서 고꾸라지기 일쑤니까. 한스 씨의 고객에게는 장난감의 사용가치가 더 중요하더라도, 우리의 수업에 있어서는 교환가치 쪽이 훨씬 복잡하고 중요하다네."

"그, 그렇군요."

"교환가치에 대해 진짜 가치가 아니라고 한 말이 무슨 소리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을 걸세. 그럴 만도 해. 교환가치는 진정한 가치의 표면을 장식하고 있거든. 그래서 진짜 가치와 교환가치를 혼동하거나 둘의 중요성을 잘못 판단한 학자들이 여럿 있었지."

시장통의 학자들 말이야...카를 씨가 중얼거리며 미간을 찌푸렸어요. 아무래도 안 좋은 추억이 있는 모양이에요.

"카를, 잠깐만요."

카를과 에데의 표정을 살피던 로자가 말했어요.

"그것까지 설명하기 시작하면 힘에 부칠 거예요. <한스 씨 이야기>는 소외에 관한 텍스트라고요. 본격적으로 가치 이론에 대해 공부하게 되면 따로 정리할 시간을 가질 거니까, 지금은 개념이 아주 명확하지는 않더라도 적당히 교환가치를 기준으로 설명하는 게 어때요?"    

로자의 말에 인상을 쓰고 있던 카를 씨가 고개를 들고 카를과 에데 쪽을 쳐다봤어요. 카를과 에데는 속으로 로자에게 환호성을 지르며 맞잡고 있던 손을 카를 씨에게 안 보이게 침대 밑으로 내렸어요. 

"하지만 카를이 노동이 어째서 중요한지 물어봤잖니. 이걸 제대로 대답해 주고, 노동에서 소외된 인간이 어떻게 되는지를 이해시키려면 노동과 가치의 정확한 정의부터 가르쳐야..."

"카를!"

로자가 단호하게 카를 씨의 말을 막았어요.

"카를은 하여간 뭐가 됐든 완벽하게 하지 않으면 성에 안 차는게 흠이에요. 하지만 지금 카를과 에데에게 필요한 건 완벽한 강의가 아니라 쉬운 강의라고요! 카를은 이 두 사람을 전에도 가르쳐 본 적 있나요?"

"없지."

"적어도 전 하루는 가르쳐 봤어요. <한스 씨 이야기>를 어떻게 잘 활용해서 두 사람 수준에 맞게 소외 개념을 가르칠까 미리 계획을 짜놓은 것도 저라고요. 제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제 수업권을 뺏어간 카를에게 수업시간 반환을 청구할 거예요!"

카를 씨에게 한 마디도 지지 않고 당돌하게 맞서는 로자의 모습에 카를은 깜짝 놀랐어요. 카를이 카를 씨와 로자의 수업을 듣고 두 사람만큼 아는 게 많고 똑똑해진다고 하더라도, 카를 씨에게 저렇게 두려움 없이 덤빌 수 있을까요? 아마 어려울 거예요. 침대 밑으로 내렸던 손이 꽉 쥐어지는게 느껴져서 슬쩍 곁눈질을 하자, 에데도 카를과 마찬가지로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표정으로 로자를 보고 있었어요. 아직 카를과 손을 맞잡은 채라는 사실도 잊어버린 것 같았지요.

카를 씨는 어떤가 봤더니, 뜻밖에도 평온한 표정이었어요.

"그래, 로자. 내가 깜빡했구나. 너라면 어떻게 설명하고 싶니?"

"사실 교환가치니 사용가치니 하는 용어를 꺼내는 것도 아직은 좀 이르다고 봐요. 카를과 두 사람의 이야기가 흘러가는 대로 놔두기는 했지만요. 내가 첫날에 카를과 에데한테 앞으로 며칠간은 준비운동 단계라고 얘기했으니, 그 약속을 지켰으면 좋겠어요."

이런 일이 종종 있는 것일까요? 카를 씨가 카를이나 에데에 비해 로자에게 상냥한 건 척 보기에도 확연했지만,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학생이 이렇게 대드는데도 눈썹 하나 까딱 않고 담담한 선생님은 처음 봤어요. 로자가 대단해 보이는 만큼 카를 씨도 만만치 않구나. 카를은 그렇게 생각했지요.

"로자 말 들었지? 혼란스럽게 했다면 미안하군. 나는 어느 정도의 혼란함은 학생 스스로 극복해야 하는 거라고 보지만..."

"카를!"

"교환가치란 쉽게 말해 장난감이 시장에서 팔리면 사회적으로 합의된 만큼의 값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라네. 한스 씨가 푸줏간에서 고기를 사고 청과상에서 채소를 살 수 있는 건 장난감의 교환가치대로 받은 대금이 있기 때문이지. 화폐가 없던 옛날이라면 장난감을 굳이 돈으로 바꾸지 않고 동일한 교환가치를 가진 고기나 채소와 바로 맞바꾸었겠지만 말이야."

카를 씨는 로자가 닦달하자 살짝 급한 말투로 설명하기 시작했어요.

"이 교환가치가 반드시 한스 씨가 살아가는데 충분할 만큼의 비율로 정해지는 것도 아니라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나중에 설명하도록 하고...지금 하면 안 되겠지?"

"순서를 한참이나 건너뛰는 일이에요, 카를. 그리고 이 동화로는 거기까지 설명 못 한다고요."

"아, 아무튼 한스 씨는 장난감을 팔아야만 돈을 받고, 그래야만 입에 풀칠을 할 수 있어. 그런데 자기가 힘들여 만든 장난감의 가격조차 제 마음대로 못 정하고, 늘 집세나 외상값 걱정을 해야 한다네. 장난감을 악마에게 팔고 받는 값이 부족하다 보니 짧은 시간에 최대한 많이 장난감을 만들고, 최대한 오랫동안 일하려고 하는 바람에 늘 피곤하고 일이 재미가 없어. 슬프게도 우리 사회의 인간은 한스 씨와 같은 처지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네. 특히 밑천이라고는 오직 자기 자신의 노동력밖에 갖지 못한 사람들은 말이야."

"물주가 아닌 일꾼들 말이로군요."

에데의 추임새에 카를은 어디서 들어본 적 있는 말 같다고 생각했어요. 곧 로자가 부자와 가난한 사람 대신에 쓰자고 했었던 말이라는 게 기억났지요. 

"공부를 아예 안 하진 않았군그래. 맞아, 일꾼들이야말로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사용가치를 가진 물건을 만들어내면서도 그것들을 제 것으로 삼지 못하는 이들이지. 한스 씨는 그래도 제 가게가 있지만, 맨 처음에 그 가게를 내준 게 누구인지를 생각하면 결국 악마한테 일꾼으로 고용된 거나 마찬가지인 셈이야. 가게를 스스로 운영할 때는 괜찮았지만, 악마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고 나서는 장난감을 마음대로 팔지도 못하고, 일을 즐기지도 못하고, 동네 어린이들과 이야기하거나 놀지도 못하게 되었지. 푸줏간이나 청과상, 빵가게 주인과도 늘 싸우게 되고 말이야."

로자에게 옆구리를 몇 번 찔리고 나자 카를 씨의 설명이 아주 이해하기 쉬워진 것 같았어요. 하지만 에데는 여전히 확실하게 해두고 싶은 게 있었어요.

"첫 수업에서 물주와 일꾼이 얼만큼 돈을 나눠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카를은 물주들은 밑천을 낸 만큼 가지고 일꾼들은 일한 만큼 가져야 된다고 했고, 로자는 그 기준을 누가 정하는 거냐고 물어봤고요. 우리 모두 일꾼들이 정하는 건 아니라는 데 동의했어요. 이것이 카를 씨가 말하는 '일을 빼앗기는 것'인가요?"

"그래, '소외'라네."

"그러면 일꾼들한테 일한 만큼의 돈을 주지 않도록 정한 건 누구인가요? 물주들인가요?"

"최종적으로는 그렇지. 하지만 물주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건 아니야. 그들 역시 일꾼들의 몫을 정할 때 따르는 기준이 있다네."

"그 기준은 누가 정하나요?"

"그걸 설명하려면 로자가 말하는 '다음 시간'이 되어야 할 것 같군. 오늘 수업은 길게 하려면 얼마든지 길게 할 수 있지만, 로자가 원하는 대로 간단하게 하려면 이야기해야 할 개념은 이미 다 나왔어. 자기 자신의 노동으로부터, 생산물로부터, 그리고 다른 인간으로부터 소외되는 인간. <고양이 한스 씨 이야기>는 그런 인간 소외의 과정을 묘사한 동화라네. 이야기를 들을 당시에는 놓친 부분이 있어도, 책을 읽으며 복습하면 소외의 개념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걸세."

"카를 씨, 저..."

수업은 마무리되어가는 분위기였고, 에데도 로자도 카를 씨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지만, 카를은 이걸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어요.

"노동에서 소외된 일꾼의 생활이 아주 괴로워진다는 건 알겠어요. 하지만 여전히 살아갈 순 있잖아요. 반대로, 노동을 하지 않고도 잘 사는 물주와 물주의 가족들도 잘만 살아가고요. 카를 씨가 제 질문에서 영혼을 빼내 버렸지만, 제가 진짜로 궁금했던 건 노동이 영혼만큼, 그러니까 노동이 없으면 어떤 사람도 살아갈 수 없을 만큼 결정적으로 중요하냐는 것이었어요. 이 부분에 대해선, 조금 어려워도 되니까, 지금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어려울 게 뭐 있나, 카를."

카를 씨는 차분히 대답했어요.

"인간은 동물처럼 자연에 의해 제약을 받지만, 동물과 달리 노동을 통해 자연을 인간의 욕망에 봉사할 수 있도록 변형시켜 물건을 생산하는 유일한 생물이라네. 사회구조가 복잡해짐에 따라 사용할 물건을 반드시 자신의 손으로 만들 필요가 없어졌을 뿐이지. 노동하지 않는 물주들이 가지고 있는 밑천도, 그들이 일상에서 소비하는 모든 물건도, 자연에서 그 모습 그대로 튀어나온 게 아니라 과거에 어떤 일꾼이 만들어낸 것이라네. 분업과 교환이라는 인간사회의 시스템 덕분에, 아니 사회 그 자체 덕분에 그것들은 일꾼의 손으로부터 물주들에게 전달될 수 있었던 거지. 이 모든 노동의 산물들을 제거해 버리면, 물주든 일꾼이든 계속 살아있을 수 있겠나? 물주들이 모든 재산을 빼앗기고 굶어죽는 일은 일어나지 않지만 일꾼들은 왕왕 그나마 가진 재산조차 팔지 못해 굶어죽는다는 현실적인 차이를 제외하고 이론상으로만 말하자면, 어떤 인간이건 노동 없이 생존하는 것은 불가능하네."

듣고 나니 참 당연하게 느껴지는 설명이었어요. 이렇게 당연한 걸 재차 설명하는게 귀찮을 법도 했지만, 카를 씨는 의외로 면박을 주거나 비아냥거리는 웃음을 짓지도 않고 진지하게 설명해 주었어요. 로자가 두 사람의 수준에 맞춰 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일까요? 어쨌든 덕분에 카를은 적어도 핵심적인 부분은 놓치지 않고 이해할 수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지요. 카를이 카를 씨의 설명을 곰곰히 곱씹으며 머릿속에 정리하고 있을 때, 에데가 문득 떠올랐다는 듯이 말했어요.

"그러고 보니 악마와 만나기 전의 한스 씨는 어떻게 노동 없이 살아있을 수 있었던 걸까요?"

"에두아르트, 지금까지 뭘 듣고 있었던 거야! 자네까지 이러긴가?"

카를 씨가 짜증스러운 말투로 쏘아붙였어요. 아무래도 지금까지 참고 있던 답답함이 폭발한 모양이에요.

"빌어먹을 한스 씨는 그 악마새끼를 만나기 전엔 사람도 아니었단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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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ri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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