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계가 애매하네"
"애매해"
"너무 달라붙지 말아줄래? 네가 날 침범하고 있어"
"괜찮아, 이러다 하나가 될 거야"
"그게 안 괜찮다는 거야"
"하나가 될 수 없다면 애초에 겹쳐지지도 않았어"
"아니거든. 너 말고도 겹쳐진 애들은 많았거든"
"하지만 하나가 되는 건 나뿐이야"
"되기 전에 떨어져"
"뭐가 문제야? 난 천사잖아"
"여긴 무신론자의 지옥인 줄 알았는데"
"너의 사도라는 뜻이야"
"나는 복음이 아니야. 너도 사도가 아니야"
"하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말해"
"잘못 알고 있는거지. 그보다 그 날개는 뭐야, 엥겔스는 그런 거 갖고 있지 않았는데. 이 가짜."
"엥겔스 말이 나와서 말인데, 그 양반도 우리는 하나라고 했어."
"아니, 그는 네가 없다고 한 거야"
"아마 본인이 마르크스의 사도라고 생각했을 거야"
"사실 그랬지. 하지만 넌 내 사도가 아냐."
"마르크스랑 엥겔스의 사상은 하나이고 따로 떼어놓을 수 없다고 했어."
"누가?"
"L로 시작하는 사람들."
"그중에 루카치는 없었을 거라는데 네 날개를 걸게."
"하나가 되면 네 거가 될 거야."
"루카치는 네가 날 망쳐놓고 있다고 했어."
"그는 최소한 내가 진짜라고 믿어"
"네 존재를 인정하는 사람들은 네가 가짜라고 말하기 위해서 그러는 거야"
"유명한 사르트르나 알튀세르가 거짓말을 했을 리 없어"
"그들은 사이가 나쁘지만 네가 가짜라는 것 한 가지에는 동의해."
"하나가 될 거야, 말 거야?"
"하나가 되면 내 얼굴을 하고 네 멋대로 굴 거잖아"
"괜찮아. 하나가 되면 내 말이 곧 네 말이 될 거야"
"그게 나쁘다는 거야. 자, 저리 가. 산 사람의 생각은 하나가 될 수 있지만 우린 아니야."
"엥겔스가 슬퍼해도 좋아?"
"천만에. 엥겔스는 루카치가 너한테 이름을 지어준 걸 슬퍼할 거야."
"루카치의 말은 믿지 마"
"엥겔스 말이 나와서 말인데, 그는 자기 말 하나하나를 복음으로 알지 말라고 그랬었어. 넌 정말 가짜구나?"
(침묵)
"엥겔스의 얼굴을 하고 있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어."
"연기를 하려면 제대로 할 것이지, 생전의 그와 죽고 남겨진 사상을 혼동하다니."
"하기사 그러는 나도"
"누군가가 그러모아 그의 얼굴을 붙여놓은 것에 지나지 않지만."

스케치.
엥겔스주의를 Engelsism이 아니라 Engelism이라고 한다는 걸 보고 끄적인 단문.
카테고리명이 잡짤잡썰인데 놀랍게도 잡썰은 9개월만에 처음 올라옴..^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