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편 1

본편로그(앞부분) 2014. 10. 15. 00:08

'고래가 다 난다요....'

<의지가지 없는 처지에 초면인 사람과 운명공동체가 되어 마루엥하우스 가는 두 사람>



에두아르트는 어릴 땐 그럭저럭 엄부자모 밑에서 괜찮은 교육을 받으며 자란 20대 청년입니다. 안타깝게도 중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아버지가 지병으로 타계하셨어요. 본래 마음이 약하시던 어머니는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몇 달 후 뒤를 따르고 말았답니다급격히 가세가 기우는 바람에 에두아르트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고 집 근처 은행에 취직해 사환으로 일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6-7년을 그 바닥에서 구르며 웬만큼의 실전 금융업무 지식을 가지게 되었지만, 배움을 향한 아쉬움은 남아 있었지요. 어느날 퇴근 후 한 잔 하며 직장 선배에게 그 소회를 털어놓자, 선배가 그러고 보니 이런 기사를 본 적 있었다며 조간신문을 주섬주섬 꺼내 구석에 실려 있는 기묘한 광고를 보여주었어요

<학생 모집중. 배움에 뜻이 있는 15~25세 사이의 연고 없는 청년들에게 아래와 같은 조건 하에 생활 기반과 높은 수준의 정치경제학 교육을 제공합니다.

1. 신체 건강하고 부모, 형제, 친인척 등 연고자가 없을 것.

2. 후원자 자택에서 거주할 것.

......

관심있으신 분은 아래의 주소로 간단한 이력서와 신분증명, 가능하다면 주변인의 신원보증을 우편으로 보내주시길.>

은행 일은 그럭저럭 안정적이었지만 에두아르트는 역시 공부가 하고 싶었어요. 광고 내용이 조건이 너무 좋아서 수상쩍다는 것 빼곤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에두아르트는 신문을 보여준 선배를 보증인으로 해서 지원서를 보내기로 했어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보냈던 건데 며칠 후 답장이 왔지요. 하얀 편지봉투에 적혀있는 주소는 지원서를 보낸 주소는 아니었어요. 봉투 안에는 얼마간의 돈과 다음과 같은 쪽지가 들어있었어요.

<친애하는 에두아르트 . 보내주신 지원서는 잘 받았습니다. 기쁘게도 군께서는 저희가 찾고 있는 인재인 듯 합니다. 소정의 교통비를 동봉하오니 하기의 날짜까지 주변을 정리하고 병기된 주소로 방문해 주시기 바랍니다. F.E.>

솔직히 전혀 기대하지 않고 있던 터라 이거 신종 사기 아닐까 하는 생각이 안 드는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진짜라면 더 망설일 것 없었지요. 에두아르트는 일단 직장에는 휴가를 내고 알량한 전재산이 든 여행가방을 들고 은행 기숙사를 나왔어요. 2인승 마차를 잡아서 앵초꽃 언덕까지, 라고 말하는데 등뒤에서 잠깐만요, 앵초꽃 언덕이라구요!” 하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누구일까요? 뒤돌아보니 에두아르트와 나이도 처지도 비슷해보이는 키 큰 젊은이가 서있었어요.

저도 거기까지 가는데, 괜찮으면 합승해도 될까요?”

무엇을 망설일까요? 어차피 마차는 2인승이고 둘이 타면 반값인데. 에두아르트는 마차에 오르는 청년을 슬쩍 훑어보았어요. 저쪽은 자신보다 조금 더 남루한 꼴에 단촐한 짐가방. 앵초꽃 언덕은 말이 언덕이지 꽤 숲이 울창한 산이에요. 주변에 특별히 마을이라 할 만한 것도 없는데 혹시 이 사람도 나처럼 F.E씨를 찾아가는 걸까? 에두아르트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어요. 청년의 이름은 카를이라고 하고, 에두아르트처럼 도시에서 혼자 직장생활을 하던 중 F.E씨의 광고를 보게 되었다고 해요. 카를은 활기차고 장난기가 많은 사람이었어요. 비밀스런 후원자를 만나기 전까진 의지할 상대도 말동무할 상대도 서로밖에 없다보니 에두아르트와 카를은 금방 친해졌지요. 목적지는 제법 먼 곳이라 가는 동안에 해가 지고 설상가상으로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는데, 어두컴컴한 숲속을 마차의 램프 불빛 하나로 마음 달래며 두 청년은 덜컹덜컹 요란한 마차의 흔들림에 몸을 맡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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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ri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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