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편 4

본편로그(앞부분) 2014. 12. 3. 20:26

"너한테 에데라고 불러도 된다고 한 적 없다"

<서쪽 나라 일꾼들의 실태>





아침식사는 단촐했지만 맛있었어요. 어머니가 손수 만든 음식을 먹어본 지 꽤 된 에두아르트는 왠지 고향집에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어요. 카를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맛있게 식사를 하는 눈치였어요.

"렌헨 음식은 입맛에 좀 맞아?"

"앗 네! 맛있어요!"

프리드리히 씨는 빵에 버터를 바르면서 싱긋 웃었어요.

"그럼 남기지 말고 먹도록 해, 남기면 카를이 질색하니까."

"렌헨도!"

로자가 거들었고 두 청년은 고개를 끄덕였어요. 흡족한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프리드리히 씨가 말을 이었어요.

"필요 이상으로 낭비하는 습관은 좋지 않아. 어떤 재화든, 그게 누구 손에서 나왔는가를 생각하면 낭비할래야 할 수 없지......, 너희들의 성장환경을 생각하면 그럴 일은 없으리라고 생각해."

프리드리히  씨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어요.

"어젯밤에도 얘기했지만, 너희는 카를의 사상을 공부하고 실천하기 위해서 이 집에 있는 거야. 카를은 고급 교육을 받은 넉넉한 집 자제들이 어떻겠냐고 했지만, 나는 너희같은 아이들이 더 우리들의 계획에 적합하리라고 판단했어. 카를, 에두아르트. 나이가 어떻게 된다고 했지?"

"스물넷이요."

카를이 먼저 대답했어요.

"전 스물셋..."

프리드리히 씨가 빙긋 웃었어요.

"어리진 않지만 늦은 나이도 아니지! 재기가 넘치고 뭐든지 빨리 익힐 수 있는 나이야. 유치하고 예측불가능한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만큼 10대보다 더 나을지도 몰라. 내가 첫 책을 쓴 것도 그 무렵이었는데, 카를은 여전히 글을 쓸 때면 그 책을 인용하곤 하지."

프리드리히 씨는 좀 신난 것처럼 보였고, 카를과 에두아르트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그저 웃고만 있었어요. 버터 바른 빵을 해치운 프리드리히 씨는 발랄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말을 이었어요.

"실제적인 것, 묘사적인 것으로부터 시작해. 우리는 이성과 관념의 세계로부터 출발했고, 그래서 카를의 사상이 그렇게 매력적인 거지만, 모두가 그럴 필요는 없어. 시간을 아끼고 싶다면 더더욱."

"그렇다고 엉뚱한 데로 튀지는 말아줬으면 좋겠지만 말이야."

입가에 묻은 산딸기 잼을 냅킨으로 닦던 로자가 덧붙였어요.

아침을 먹고 커피잔을 비운 후, 프리드리히 씨는 오늘은 로자에게 "수업"을 일임한다고 하고는 렌헨이 꺼내주는 외투를 챙겨입고 밖으로 나갔어요.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출근한다는 걸 직업 경험이 있는 에두아르트는 알 수 있었지요. 은행에서 자주 보는 부유하지만 신분이 높은 건 아닌 고객들과 유사한 옷차림이었거든요. 공용 서재로 가는 길에 카를이 로자한테 물었어요.

"프리드리히 씨, 출근하시는 거야?"

". 산 아래 도시에 공장을 가지고 있거든. 평일엔 거기 일을 하느라 바빠. 프레드가 직접 가르쳐 주는 건 주말뿐이야."

로자의 대답에 카를이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렇구나! 하하, 학교에 다녀본 게 한참 전이라 좋은 학생이 될 수 있을진 모르겠는걸! 너 같은 꼬마가 어떻게 선생님 노릇을 할지 궁금하네."

로자의 샐쭉한 눈이 더 가늘게 좁혀졌어요.

"열아홉."

"?" "올해로 열아홉 살이야. 어엿한 숙녀한텐 예의를 갖추지 그래?"

"아 저...미안. 워낙 키가 작다 보니."

"으이구, 그걸 그대로 말하고 있냐." 에두아르트가 끼어들었어요.

"여자들이 얼마나 몸매 얘기에 민감한데. 그냥 소녀같아 보였다고 해주면 되는 걸 굳이 그렇게 말하다니, 하여간 요령이 없어."

둘을 의자에 앉히고 서가를 뒤지던 로자가 흘끔 뒤돌아봤어요.

"그러면 넌 어떻게 생각했는데?"

"? 유난히 성숙한 소녀라고 생각했지."

로자가 씩 웃었어요! 두 사람은 처음 보는 웃는 얼굴이었어요.

"말 잘 하는 남자는 싫지 않아! 이름이 뭐라고 했지?"

"에두아르트."

"흐응, 좀 긴걸. 에데라고 불러도 되겠지?"

 "괜찮은 별명인걸? 좋을 대로 해."

"앗 에데만 치사해! 로자, 나도 별명 지어줘 나도!"

"넌 이름 짧잖아. 그리고 오늘 하루 나한테는 마담 로자라고 하도록. 함부로 사람을 애 취급한 벌이야."

 "너무해! 뭐라고 말좀 해줘 에데!"

"너한테 에데라고 불러도 된다고 한 적 없다."

농담이야 농담, 하고 에데가 토라진 척하는 카를을 달래는 사이 로자는 찾던 책을 발견했는지 그닥 두껍지는 않은 책을 같은 것 세 권을 들고 사다리에서 내려왔어요.

"첫 교재는 이거야. 프레드가 아까 말했지? 스물네 살에 처음 쓴 책. 이것부터 시작할거야."

깨끗하지만 약간 색이 바랜 표지에는 흔한 장식 서체로 이렇게 써 있었어요.

<서쪽 나라 일꾼들의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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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ri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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