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흰 카를이 뭐 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고 여기 왔단 말야?"
<ㅇ;ㅅㅇ ㅇㅅ;ㅇ>
프리드리히 씨는 지난밤 카를과 에두아르트에게 의식주는 책임질 테니 걱정하지 말고 편히 쉬라고 해줬었어요. 옷이고 뭐고 허름한 것 몇 장 빼곤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데 괜찮을까 싶었던 카를과 에두아르트지만, 아침에 일어나 렌헨이 일러준 대로 옷장을 열어보자 과연 얌전히 개켜진 옷 여러 벌이 들어있었어요. 회색 셔츠와 좀더 진한 회색의 자켓과 바지, 연지색 스웨터와 검은 타이가 여러 벌. 꼭 어린 시절 입던 교복 같은 차림이었지만, 카를과 에두아르트는 불평할 처지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수수한 새옷으로 몸을 감쌌어요.
방 안의 작은 탁자 위에는 일과표라 쓰인 종이가 있었는데, 조식시간에 맞춰서 내려가 보니 렌헨이 막 상을 차리던 참이었어요. 식탁에는 미리 누가 와서 앉아있었어요. 넉살 좋은 카를이 “안녕 난 카를이야. 넌 누구니?” 하고 물어보자, 새침하게 생긴 소녀가 슬쩍 올려다보면서 “아, 너희가 어제 왔다는 애들이구나?” 라고 되물었어요. 카를은 여자애가 새침하게 굴든 말든 “맞아! 난 카를이고 여기 얘는 에두아르트. 넌 누군데?” 하고 끈기있게 물어봤어요.
"내 이름은 로자야."
말은 새침하게 하면서도 오른손은 듬직하게 내밀고 있어서 카를도 에두아르트도 악수를 받아줬어요.
"어...실례되지 않는다면 물어볼게. 너도 우리처럼 카를 씨한테 후원받는 애야?"
에두아르트는 '너 고아니?'라는 뜻으로 들릴까봐 조심스럽게 물어봤지만 개의치 않는 것 같았어요. 그런 쪽으로는 생각해 본 적도 없는 듯 자랑스럽게 대답했어요.
"응 맞아. 열심히 공부해서 지난주에도 카를한테 칭찬받았다구!"
그러고 보니까 이 집에 온 이상 공부를 해야 한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대체 무슨 공부를 해야 하는 걸까요? 에두아르트가 궁금해하던 차에 카를이 먼저 물어봤어요.
"대단한데? 사실 우리도 그 공부를 해야 하는 모양인데, 그게 어떤 건지 아직 전혀 모르는걸. 앞으로 모르겠으면 너한테 물어보면 되겠구나."
로자가 눈썹을 치켜떴어요.
"뭐야, 너흰 카를이 뭐 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고 여기 왔단 말야?"
미묘한 눈길을 주고 받는 두 사람한테 로자가 뭐라고 말을 하려던 차에, 어느 새 식당에 와 있던 프리드리히 씨가 대신 대답했어요.
"좋은 아침, 제군들. 그에 대한 얘기는 아침 먹으면서 천천히 하도록 하지. 기껏 렌헨이 차려준 음식이 식으면 곤란하니까."
어라, 어제는 존댓말을 하던 것 같은데요?
"참, 말은 놓아도 되겠지? 앞으로 내가 너희들을 가르치게 될 입장이니 말이야."
프리드리히 씨가 집안 사람들 모두 동등하다고 강조했던 것 같지만, 얹혀사는 처지에 뭐 할 말이 있는 것도 아니고 딱히 불만도 없었기 때문에 카를과 에두아르트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프리드리히 씨가 시키는 대로 자리에 앉았어요.